지역 편애와 역사드라마 정도전
남원언론문화재단
노 상 준
호남하면 전남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좋은 일에는 전남만 챙기고 별 볼일 없는 데는 전북을 끼어준다. 또한 같은 전북에서 조차 동북권을 소외하고 있다고 남원인들은 말한다. 그래서 전북 홀로서기, 남원 홀로서기라는 유행어가 있고 서운함을 느낄 때가 많다.
지금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역사드라마 정도전에서 황산대첩 장면을 보면서, 그리고 몇 년 전 MBC에서 방영되었던 역사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나오는 아막성 싸움 장면을 보면서 방송 매체에서도 지역 편애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황산대첩을 이루었던 역사 현장인 황산협곡과 피바위, 황산대첩비지, 황산토성 등이 옛 모습같이 보존되어 있는데도 현지 로케이션 한번 하지 않고 역사 현장과는 너무 다른 장면이 방영된 것 같다. 남원성이 나오고, 용성문이 보이며 그 앞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역사 기록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다. 신궁 ‘이성계’가 황산 협곡에서 활을 쏘아 철갑으로 무장한 ‘아지발도’의 투구를 벗기고 이어서 ‘퉁두란’이 아지발도의 목에 화살을 명중시킨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얼마나 통쾌 하였을까?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는 영토의 확장을 위해 국경에서 전쟁이 많았다. ‘아막성’은 신라와 백제의 국경선에 있는 고성이다. 이곳에서 신라의 장수 무은의 아들인 귀산과 추항 전사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현재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도 역사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역사 현장을 어필하여 주지 않았다. 역사드라마는 사실과 가까워야하고 픽션이어서는 안 된다. 역사드라마는 역사현장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되고 현지 지역 사회에서도 적극 협조하여 원만한 작품이 만들어 질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삼봉 정도전’은 조선 개국에서 이성계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는 조선 건국의 공신이었지만 이방원 세력에 살해당한 후 조선시대 내내 역적으로 평가되다가 고종 대에 이르러서야 신원 되었다. 고려에 끝까지 충성을 바친 정몽주는 죽은 지 13년 만에 신원 되었는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은 왜 500년 가까이 신원 되지 못했을까? 정도전이 14세기 시대에 앞선 제도, 입헌군주제의 총리와 비슷한 신권주의인 재상제도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왕권주의를 꾀한 조선의 왕들에게 신권주의를 주장한 정도전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정치가 삼봉 정도전(11342-1398)과 이방원의 권력투쟁에 이방원을 보면 ‘마키아벨리즘’(군주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하고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서양 철학자 마키아벨리1469-1527)의 승리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정도전이야 말로 비르투(미덕, 덕성)의 화신이었다고 말한다. 고려 말 민본을 주창하며 새 나라의 설계를 그렸던 위대한 정치가에게 오늘에도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모든 국민이 어울려 고루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