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백장암 삼층석탑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조각작품이 지리산의 품에 묻혀 수천 년 세월 하루같이 세상만사 미소로 관조하고 있다.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와 천상의 선녀가 비파를 타며 좋은 세상을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리산 가는 길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수청산 중턱에 백장암이 자리잡고 있다. 백장암에는 국보 10호인 백장암 삼층석탑과 보물 40호인 석등이 보존되어 있다. 백장암 삼층석탑은 신라말기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탑으로 높이는 5m이고, 기단은 방형대석으로 처리하였으며 받침이 없는 방형 별석의 탑신과 방형 삼층 탑신부로 이루어져 있고 상륜부는 노반, 복발, 보개, 수연이 찰주에 완전히 중적되어 있어 탑신 구조가 다른 유사한 탑에 비하여 특이할 뿐 아니라, 전면에 화려한 조각을 한 대표적 탑으로 1층 탑신 사면에는 보살상과 신장상 2구씩, 2층 탑신사면에 주악 천인상 2구씩, 3층 탑신사면에는 1구씩의 천인좌상의 조각이 화려하여 한국탑파 상 희귀한 탑이다. 우리나라는 양질의 석재가 많이 생산된 까닭으로 석탑, 석불, 석비 등 석조문화가 발달 석탑의 나라라고 불린다. 중국은 국민의 기호성도 있지만 일찍이 전(벽돌) 등의 건조물이 성행하였고, 일본은 기후가 습한 관계로 양질의 목재가 생산되어 석조나 벽돌보다 목조문화가 더욱 발달하였다. 유럽에서는 양질의 대리석이 많이 생산되었다. 이에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대리석 문화가 꽃을 피웠고, 아시아에서는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아 사찰, 사원, 석조, 목조 문화가 꽃을 피워 많은 유산이 전승, 보전되고 있다. 그 나라의 문화는 자연환경과 종교, 생산된 자재가 무엇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특히 종교의 영향이 컸다. 원시시대에는 미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나름대로 신앙이 있었고, 그 결과가 그들이 남겨놓은 문화에도 나타나고 있다.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 이후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게 되었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 이르는 몇 세기를 통하여 불교는 국교로서 군주를 위시하여 모든 국민이 신앙하던 종교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이루어진 문화 역시 불교 일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찰, 불상, 탑파, 부도 등은 물론이거니와 분묘, 도자기, 기와나 벽돌에 이르기까지 불교적인 색채가 없는 것이 없다. 그러나 조선조에 이르러 불교가 쇠퇴하고 유교가 대두하면서부터 불교색채는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불교문화재, 유교문화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현대는 기독교 문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종교는 그 시대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한 가지 요소가 되고 있다. 모든 문화유산은 그 고장의 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어 가꾸고 보전함으로써 그 고장의 발전과 전통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밝히고 익혀 새로운 지식과 슬기를 펴 나간다’는 뜻이다.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과 정신세계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학술적 자료인 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민족문화의 모습이 달라진다.
백장암 삼층석탑은 세계적인 걸작 문화재이다.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가 도굴과 훼손의 수난을 겪었다. 보호와 보존을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물려받은 재산을 어떻게 관리,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형편이 흥하고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돌이켜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일찍이 막강한 군사력을 떨쳤던 흉노족이나 몽고족처럼 문화재를 파괴하고 문화 활동을 등한시했던 민족은 인류의 생활에 조금도 이바지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문화에 바탕을 두고 연구, 발전시켜 온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민족들은 우수한 문화예술의 창조와 더불어 인류의 근대문명을 앞장서 열어왔다. 우리가 문화재를 잘 보살피면서 조상의 얼과 슬기를 본받기 위해 힘써나가면 그러한 바탕 위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롭고 유익한 민족 문화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가 많은 남원은 문화재를 잘 보존하여 관광과 지역발전에 활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의 소명에 따라 지리산통합문화권, 대가야문화권,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 부여백제문화권, 내포문화권, 경북북부유교문화권, 평화관광벨트, 서해안관광벨트, 남해관광벨트, 동해안관광벨트 등이 있어 지역문화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발전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고장은 백제 문화권에서도 소외되고 가야문화권에서도 소외되고 지리산통합문화권에 기대를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리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민관이 노력하고 있고, 남원시는 지리산산악철도 시범 도입을 위한 협약체결을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하였다. 산악철도가 개설(고기 3가-정령치-달궁-성삼재-천은사 등)되면 친환경적이며 전천후 운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고, 특히 지리산의 철쭉, 원추리꽃 등 지리산 자생 야생화와 경관이 수려한 수목, 백송, 상수리나무, 가을단풍, 겨울 설경, 지리산의 12동천 등 사계절 볼거리가 넘쳐날 것이다. 또한 지리산통합문화권에 있는 문화재와 자연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