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과 충신의 충돌시대
사)남원발전연구포럼 이사장 이병채
최근 우리나라 정치판의 물갈이를 비롯 코로나 등 국정운영 전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세계정세뿐만 아니라 간신들의 패거리 문화 때문이라 하여 간신과 충신의 이야기를 짚어보고자 한다.
공자는 직접 누구를 간신(奸臣)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저 점잖게 소인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간신을 정의한 인물은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이다.
첫째 관직에 편안히 있으면서 녹봉이나 탐내고 공무에는 힘쓰지 않은 채 주변이나 관망하는 자를 구신(具臣) 즉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신하라 했다.
둘째 군주가 하는 말은 모두 옳다고 하면서 군주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구차스럽게 군주에게 모든 것을 맞추느라 그 후에 닥치게 될 위험은 돌아보지 않은 자를 유신(諛臣) 아첨하는 신하라 했다.
셋째 속마음은 음흉하면서 겉으로는 조금 삼가하는 척하며 자신이 천거하려는 자에 대하여는 장점만 드러내고 악은 숨기며
넷째 지략은 자신의 잘못을 꾸미기에 충분하고 말솜씨는 누구든 설득시키기에 충분해 안으로는 형제사이를 이간하고 밖으로는 조정의 난을 빚어내는 자를 참신(讒臣) 즉 중상모략 하는 신하라 했다.
다섯째 권세를 제멋대로 해 일의 경중을 바꾸고 사사로이 붕당을 만들어 자기 파벌을 키우고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속여 자신을 높이려는 자를 적신(賊臣)자리를 도적질하는 신하라 했다.
여섯째 간사한 말재주로 군주를 불의에 빠트리고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여 군주의 잘못을 나라 안에 퍼뜨려 사방 이웃 나라에까지 소문나게 하는 자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이라 했다.
간신이라는 단어는 당나라 때부터 이 여섯 가지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이 여섯 가지 모두가 간신인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의 국정을 맡은 신하들을 보고서 유형화 한 듯하다. 유형은 이런 간사한 신하에 대처하는 방법을 어신지술(禦臣之術)이라 불렀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간신을 막아내는 방법이 필요한 사람은 국민이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어신지술을 발휘해야 여과 없이 간신이 줄어들 것이다.
송나라 학자 범조우(范祖禹 1041-1098년)는 사마광(司馬光)밑에서 자치통감(資治通鑑)편수를 도울 만큼 역사에 정통했고 그 스스로도 당감(唐鑑)이란 역사비평서를 지었다. 이 책은 당나라 고조(高祖)부터 소종(昭宗)에 이르기까지 당나라 역사를 날카롭게 해부했다. 이 책에서 그는 간신과 충신의 차이를 명쾌하게 제시했다고 한다. 먼저 간신이다 아첨에 능한 사람은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순종하는 것에 그칠뿐인데도 그를 가까이 하면 반드시 위태로움에 이르게 되는 것은 어째서 이겠는가? 아첨하는 사람은 마땅함 의「義」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고 오직 이「利」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익이 임금이나 아버지에게 있으면 임금이나 아버지를 따르고 이익이 권신(權臣)에게 있으면 권신에게 빌붙고 이익이 적국에 있으면 적국과 내통하고 이익이 오랑캐에게 있으면 오랑캐를 가까이 해 이익이 있는 곳이면 따르고 이익이 떠난 곳이면 멀리하니 임금이나 아버지에 대해 무엇이 있겠는가?
이어 충신 마땅함을 따르지 임금을 따르지 않으며 도리를 따르지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다. 임금으로 하여금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게 하며 아버지로 하여금 부도(不道)에 들지 않게 한다. 비록 임금이나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명을 따르지 않음으로서 장차 임금이나 아버지를 편안한 곳에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기준을 생각하며 더듬어 보니 우리 정치권의 경우 여야 할 것 없이 충신보다는 간신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경고는 이어진다. 아첨하는 자들이 처음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더라도 반드시 패역할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일단 권세를 얻게 돼 그것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못하는 짓이 없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자들도 모두 처음에는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고분고분 따랐던 자들이었다. 충간(忠姦)에 관한한 당리당략만을 위한 자들 을 쳐다만 봐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 자 다시 말하면 간신과 충신의 충돌시대를 구별하지 못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이제 간신과 충신 그리고 인간됨됨을 반드시 구별할 줄 알아야 국정 운영뿐만 아니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각종 선거를 통해 간신과 충신의 충돌시대를 청산토록 국민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실정이다.
[지리산고향뉴스/사진제공=남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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